어리석은 사람이 호랑이 잡은 이야기 - 뚝심이 센 김생원집 머슴

함양군민신문 | 입력 : 2016/06/08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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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어리석은 사람이 범 잡는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의 뜻은 어리석은 사람이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제 힘만 믿고 멋 모르고 덤빈다는 격언이기도 하다.

 

이 말의 유래는 한 어리석은 사내가 머슴살이를 하면서 범을 잡은 데서 연유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조선 영조때에 유림면 재궁마을의 김생원 집에 삼 년째 머슴살이를 하는 어리석은 사람이 있었다.

뚝심이 세고 어리숙하여 시키는 일만은 잘하는 젊은이로서 어디서 태어났는지 그리고 그의 고향이 어디인지도 잘 몰랐다.

 

재궁마을 앞에는 경호강으로 흘러가는 맑은 물이 언제나 굽이쳐 흐르고 있다. 따라서 물고기들이 많이 오르내리는 곳이기도 하다.

봄철이 되면 강물따라 올라오는 삼수어들이 가을철에는 강 하류로 내려가게 된다. 물고기가 오르내리는 습성을 이용하여 살을 놓아서 물고기를 잡는다.

 

낚시로 낚는다던지 투망을 던져서 잡는다던지 물을 에워 잡는 등 고기를 잡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손쉽게 고기를 잡는 방법이 살을 놓아 잡는 방법이 대나무를 잘게 쪼개 엮어서 발을 만들고 여울물이 한곳으로 흐르게 한 다음 거기에 발을 고정시키면 물결따라 내려가는 고기들이 발에 걸려서 발 위에서 퍼덕이다가 뻗어버린다.

 

기다리고 있다가 발위에 걸린 고기들을 바구니에 주워담으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고기잡이를 살코기, 살놓기, 살잡이 등으로 부르고 있다.

 

재궁 마을 냇물에는 물의 여울이 알맞아 살을 놓기에 적당한 장소가 많다.

가을철이 되면 서로가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야단들이다.

이렇게 하여 놓은 살고기를 주인 모르게 주으려고 밤중에 냇가를 헤매는 얌체들 중에는 머슴들이 많다.

 

밤 늦게까지 사랑방에서 일을 하다가 시장기가 들면 살짝 냇물로 나가서 살고기를 주워다가 막걸리로 밤참하는 악의 없는 장난이 있었고 때로는 호랑이도 냇물로 내려와서 살에 걸린 물고기를 주워 먹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한다.

 

깊어가는 어느 가을밤 사랑방에 모여 새끼를 꼬꼬 있던 머슴들이 밤이 깊어가니 속이 출출하였다. 막걸리로 밤참을 하려고 술안주를 마련하기 위해서 살고기를 주으러 가게 되었다.

그 일을 김생원집 머슴이 맡게 되어서 어두운 길을 혼자서 냇물로 나갔다.

 

살금살금 어두운 밤길을 따라 살을 놓은 냇물로 몰래 내려갔다.

주위에 사람이 있나 없나를 살피면서 살 위에 걸리는 고기를 줍고 있는데 별안간 이상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살펴 보았더니 난데없는 호랑이 한 마리가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아무리 힘이 세고 어리석었지만 역시 호랑이는 무서웠다.

허허벌판 강변이라 피할 길이 없고 숨을 곳도 없다.

 

할 수 없이 살밑 웅덩이 속으로 몸을 술길 수밖에 없었다.

살 밑 웅덩이란 살위를 흐르는 물결이 살밑으로 떨어지면서 자연히 파이고 넓혀져서 능히 몸을 숨길 수 있을 만큼 깊고 넓어서 물속에 몸을 담그고 앉아 있으면 급한대로 피할 수 있는 곳이다.

 

머슴은 호랑이가 냇물을 건너갈 것으로 짐작했는데 물에서 살위의 물고기를 주워먹기에 한창이다.

살 위의 물고기를 주워먹기 위해서 내려온 모양이었던것 같았다.

물속에 몸을 움츠리고 앉아 머리 위의 대발에서 고기를 주어먹고 있는 호랑이를 생각하니 겁이 나서 빨리 호랑이가 돌아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슴을 조이고 조마조마하고 있는데 뜻밖에도 물속에서 물뱀 한 마리가 난데없이 다리에 와서 감기고 있었다.

차가운 촉감에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머리 위에서 살 위의 고기를 주워먹고 있는 호랑이의 존재도 깜박 잊고 뱀을 피해서 살 위로 몸을 솟구쳤다.

이번에는 호랑이가 놀랐다.

난데없는 살을 뚫고 솟아오르는 사물을 보았으니 호랑인들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놀란 호랑이가 앞발을 치켜들자 저도 모르게 호랑이의 허리를 힘껏 켜안고 죽을 힘을 다해서 힘을 주었다.

어리석은 사람이나 미련한 사람은 대체도 뚝심이 세다.

호랑이도 어쩔 수 없었다. 사나운 호랑이라 할지라도 턱이 어깨 위에 얹히고 앞발도 어깨에 걸려서 꼼짝도 못하게 되니 물수도 없었다. 앞발로 할퀼 수도 없게 되었다.

 

머슴은 내가 손을 놓으면 죽는다고 생각하고 정신을 바짝 차리고 손을 놓으면 죽을 줄 알고 팔에 힘을 조금도 늦추지 않았다.

계속 힘을 주면서 호랑이를 안은채 걷기 시작하였다.

호랑이를 껴안고 그대로 사랑으로 돌아갔다.

 

사랑방에서는 살고기를 거두어 올 때가 지나서 머슴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호랑이를 안고 돌아오는 머슴을 본 다른 머슴들이 놀라서 떨기 시작하였다.

머슴의 손에 힘이 풀리면 호랑이가 사람을 상하게 될 것이니 모두가 경계할 뿐이다.

 

그러나 어떻게 하여 머슴을 살리고 호랑이를 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으나 방법이 없다.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생각이 나지 않았다.

누군가가 김생원집에 급히 뛰어가 알렸다. 잠자리에 들었던 김생원이 달려와서 이 광경을 보고 침착하게 머슴들에게 큰 밧줄을 가져오라고 하였다.

그래도 식자가 머리 쓰는 것이 났다.

 

집안에 있던 밧줄을 가져오자 그 밧줄로 호랑이와 머슴을 같이 기둥에다 묶고 그리고 이번에는 호랑이만 이중으로 묶으면서 머슴의 묶은것을 풀어가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결국 호랑이만 꽁꽁 묶였고 머슴은 풀려나가 그대로 땅에 쓰러져 기절을 하고 말았다.

관가에 이러한 사실을 보고하였더니 위험한 일을 저질렀다고 하여 그 벌로 삼대로 종아리 세대를 맞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상으로 미역과 피륙을 주었다고 한다.

이 머슴은 얼마나 놀라고 죽을 힘을 다했는지 일년쯤 살면서 시름시름 앓다가 회복되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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