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첫날, 황대선원에서 不可思議를 체험하다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7/01/02 [10:47]

 

▲ 황대선원 주지, 대웅 스님이 부처님 형상을 한 조감도를 보여준다.     © 함양군민신문

 

○…새해첫날(元旦), 함양땅에서 ‘불가사의’를 체험했다.
 불가사의(不可思議·Beyond thought or description)란 도가 현묘하고 이치가 미묘하며 현상이 신기하여 마음으로 생각할 수 없고,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김승동 편저:콘사이스판 불교사전>

 

◆미스터리, 나스카라인(Nazca Lines)
 ○…남아메리카 페루 남부 나스카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고도 300미터의 상공으로 날아오르면 대평원 위로 펼쳐진 기이한 선, 도형, 동물 등을 목격할 수 있다. 서울 면적 2배에 달하는 넓은 평원에 수십미터에서 수백미터에 이르는 도마뱀, 벌새, 고래, 원숭이와 기하학적인 도형들이 그려져 있는데 규칙적인 간격과 정교함으로 더욱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바로 이곳이 20세기 고고학적 발견중 가장 큰 미스터리로 손꼽히는 나스카라인(Nazca Lines)이다. 나스카라인은 도대체 누가 그렸는가? 일설에 따르면 이곳은 외계인들이 사용한 우주공항터미널이라고 한다.


 새해 첫날, 이른 아침 힘찬 붓글씨(서예)를 감상하기 위해, (스님께서 살아생전 주석한) 함양군 안의면 월림리 1348번지 황대선원을 찾았다. 황석산에 기대어 있는 황대선원은 고요하고 적막했다. 일찍 일어난 새들이 햇살을 경내로 실어날랐다.


 절집이면 있게 마련인 일주문도 전각도 현판도 당호도 없다. 대숲에 둘러싸인 농가주택 같은 벽돌집이 조실당인 셈이다.


 황대선원 주지, 대웅 스님을 친견하고 차 한 잔을 얻어마셨다. 스님 뒤편에 성수 큰스님의 우렁찬 붓글씨 한 점이 있다.

 

▲ 활산 성수 큰스님의 서예작품     © 함양군민신문

 


 ‘正見 八八 活山 性壽’(활산은 성수 큰스님의 호, 세속 나이 88세때 썼다는 뜻이다).


 정견(正見)은 팔정도의 하나이다. 바른 견해 즉 사성제의 진리, 중도의 이치를 정확하게 아는 것, 사회에 적용하면 모든 현상에 대해하여 올바른 견해를 갖는 것을 의미한다.


 대웅 스님께서 스승 성수 큰스님의 도력에 대해 한 말씀하신다.


 “성수 큰스님께서는 양산 내원사로 출가해 1948년 부산 범어사에서 동산 스님을 계사로 구족계를 수지했습니다. 1955년 범어사 강원을 졸업한 스님은 1967년 조계사를 시작으로 범어사, 해인사, 고운사, 마곡사 등에서 주지 소임을 맡았고, 1981년 조계종 제18대 총무원장을 역임했지요. 1994년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선출됐으며 2005~2008년 조계종 전계대화상을 역임했습니다. 철저한 계행을 바탕으로 한국 간화선의 전통을 계승하려 노력했던 스님은 말년에 함양땅 안의면 월림리 바로 이곳에 토굴을 짓고 용맹정진하시다가 2012년 4월15일 통도사 관음암에서 입적했습니다”

 

▲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인 선승인 성수 큰스님은 부처님의 행동과 마음을 닮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생활 속의 참선법이라고 말한다. 부처님처럼 처럼 말하고, 앉고, 걷고,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고 강조했다.     © 함양군민신문


 저서로는 『禪行門』, 『불문보감』, 『나는 어데로』,『열반재 법어』 등이 있다.


 대웅 스님께서 성수 큰스님의 저서 『禪行門』을 나그네에게 한 권 선물한다. 첫 페이지를 열자 ‘여성예찬론’이 적혀져 있다.


 “여성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어떤 가문을 살리고 죽이는 데는 여자 손에 달려 있습니다. 여자는 4가지 덕을 갖춰야 합니다. 첫째 관대하고, 둘째 후덕하여야 하며, 셋째 착해야 하고, 넷째 상냥해야 합니다. 여자가 시집을 오면 아버지보다 나은 아들을 키워야 하고 또 아들보다 나은 손자를 잘 키우면 그 가문이 잘되는 법입니다”


 필자는 이 구절을 소리 내어 읽었다. 그리곤 대웅 스님에게 넌지시 한 마디를 했다.


 “허허, 박근혜 대통령이 성수 큰스님 법문을 듣고 실천에 옮겼더라면…”


 대웅 스님이 화답한다.


 “노장 어른께서는 구순 세수 때, 믿기지 않을 만큼 말에는 힘이 넘치고, 행동은 활달했지요. 돋보기 없이 글을 읽을 정도로 눈이 밝고 심신이 정정했습니다. 스님은 출가 이후 매일 새벽 3시 전에 일어나 예불과 참선하는 일과를 한 번도 거르지 않았다고 합니다. 공양은 한 끼에 딱 다섯 숟가락. 몇년 동안 병원이나 약 신세를 져본 적이 없구요. 스님은 어떤 법회 초청이든 마다하지 않고, 누구든 찾아오면 격을 두지 않고 만나줬습니다. 스님 스스로 지키고 제자들에게도 늘 강조하는 생활 원칙은 절대 눕지 말 것, 많이 먹지 말 것, 새벽 예불에 반드시 참여할 것, 휴지 한 장도 아낄 것, 잡기에 손대지 말 것. 선원의 스님과 불자들은 겨우 냉기가 가실 정도의 추운 선방에서 겨울을 나곤 했지요”


 성수큰스님은 살아생전 불자들에게 하심(下心)을 강조했다. “사람을 만날 때 하심하면서 좋은 말로 복을 짓고, 하루에 한번이라도 부처님처럼 당당하게 허리를 바로 세우고 앉아 집중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게…”


 하심(下心)이란 자신을 낮추어 남을 존경한다는 뜻이다.


◆“불화가 아니고요, 조감도입니다”
 ○…주지 대웅 스님은 함양사람이다. 청년시절 서하면 남사(南史) 송문영(서각예술가) 문하에서 서각공부를 하다가 성수 큰스님 슬하에서 허드렛일을 하다가 견성(見性), 부처님께 귀의했다.


 필자는 2년 전 여름, 황대선원을 찾았다가 대웅 스님을 처음 친견했다. 그때 스님은 땡볕 아래에서 뻘뻘 땀을 흘리며, 인부도 없이 당신 혼자서 커다란 바위를 옮기고 연못을 파고…불사를 하고 있었다. 대웅 스님의 노동하는 모습이 거룩해 보였다. 일제치하의 수월(水月) 스님을 연상케 했다. 수월 스님은 일제 때 만주벌판에서 밑바닥 삶을 살면서 용맹정진한 선승이다. 김진태 전 검찰총장의 말에 따르면 “수월이야말로 한국 불교의 참스승이시다. 다른 스님들이 부귀영화를 누릴 때 그는 짚신을 짜 독립군에게 군자금을 건네준 애국자였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2017년 정초,  대웅 스님께서 이색적인 그림 한 점을 보여준다. 알몸 부처님께서 구슬을 들고 앉아 계시는 불화이다. “허허 불화가 아니고요, 조감도입니다”


 자세히 그림을 훔쳐보니 부처님 앉아 계신 곳 아래에 논밭이 있고 우측에 실개천이 있다. 부처님 좌우로 우주 속의 은하같은 무수한 점들이 빼곡빼곡 그려져 있다.


 “하늘에서 본 황대선원 모습입니다. 우리가 지금 차를 마시고 있는 선방 자리가 바로 이 지점에 위치해 있고, 부처님께서 들고 있는 원(圓)은 선원 뜨락 성수 큰스님 부도탑 뒷자리 지점입니다. 바로 요기, 약사여래불상이 있는 자리가 부처님 얼굴에 해당합니다”


 “아하, 그러니까 이 조감도는 황대선원 상공에서 황대선원을 내려다보고 그린 거군요?”


 “예, 그렇습니다…”


 대웅 스님이 필자에게 보여준 조감도를 보고, ‘구고일탁(九顧一琢)’이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났다. 하늘에 나는 꿩은 영물인지라 창공을 날면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아홉 번을 생각한다. 지상에 놓여진 먹이 속에 비상이 들어 있는지, 덫이 놓여 있는지, 먹어서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스님, 황대선원 상공에서 불심으로 내려다보아야 조감도 속 부처를 뵐 수 있는 건가요?” “아닙니다. 그냥 인간의 눈으로 쳐다보아도 부처 형상을 볼 수 있습니다”


 “남아메리카  나스카라인(Nazca Lines)처럼?”


 “그렇지요”


 “스님, 시간이 허락되시면 부처님 얼굴에 해당하는 곳부터 부처님 유두(乳頭)에 해당하는 지점, 구슬을 들고 계시는 지점, 좀 구경시켜 부십시오”

 

◆고뇌에 찬 약사여래불
 ○…부처님 얼굴에 해당하는 지점에 약사여래불이 있다. 약사여래는 고뇌에 찬 모습을 하고 있다.

 

▲ 경남 함양군 안의면 황석산 자락 황대마을, 농월정을 지나온 화림동계곡수 한줄기가 고목 둥구나무를 돌아나가는 곳에 ‘황대선원’이 있다. 조계종단 전계대화상이면서 황대선원 조실인 성수(性壽) 스님의 주석처였다. 사진은 황대선원 경내에 있는 약사여래불.     © 함양군민신문



 “아마 천여 년 전에 조성된 불상일 겁니다. 약사여래(藥師如來)는 불교에서 중생의 모든 병을 고쳐주는 부처(여래) 즉, 약사 부처(Medicine Buddha)를 말합니다”


 대저, 약사여래의 특징은 약병이나 약그릇을 양손으로 받쳐 들고 있다. 그러나 황대선원의 약사여래는 약병을 들고 있지 않고 선정인 (禪定印)자세이다. 선정인은 석가세존이 보리수 아래에 있는 금강보좌 위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겨 있을 때 취한 인이다. 왼손의 손바닥을 위로해서 배꼽 위에 놓고 오른손도 손바닥을 위로해서 왼손 위에 겹쳐놓되 양 엄지를 서로 대는 형식이다.


 선정인은 평정한 마음에 망념을 버리고 조용한 마음을 한 곳에 모아 삼매경에 들게 하므로 삼마지인(三摩地印)이라고도 한다. 다음으로 부처님이 구슬(圓)을 들고 있는 지점. 사람의 인체 중 단전(丹田)에 해당하는 자리이다. 부처님은 왜 구슬(圓)을 들고 계시나. 이 구슬은 원만구족(圓滿具足)을 의미한다. 원만구족이란 모자람이나 결함 없이 모든 것을 두루 갖춘 진리를 말한다.


 불교 선어(禪語) 중에 ‘원각(圓覺)’이 있다. 완전한 깨달음, 즉 부처의 깨달음을 뜻한다. 원각이란 모든 청정함인 진여, 보리, 열반 및 바리밀을 유출한다.


 원동대허무결무여(圓同大虛無缺無餘), 둥근 것이 대허와 같고 모자람이 없고 남음도 없다. 중국선종 제3조인 승찬대사는 원은 진리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원(圓)은 무시무종(無始無終)이며 한정된 시공(時空이 없다!”

 

◆상상의 동물 해태
 하단전 지점에 성수 큰스님의 동상과 부도탑이 있다. 부도탑은 해태가 구슬을 짊어지고 있는 형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해태는 시비(是非)나 선악(善惡)을 판단하여 안다는 상상의 동물이다. 사자와 비슷하나 머리 가운데에 뿔이 있다고 한다. 한자어로는 해치라고 한다. 중국 문헌인 『이물지(異物志)』에는 “동북 변방에 있는 짐승이며, 한 개의 뿔을 가지고 있는데, 성품이 충직하여 사람이 싸우는 것을 보면 바르지 못한 사람을 뿔로 받고, 사람이 다투는 것을 들었을 때는 옳지 않은 사람을 받는다”고 설명되어 있다.

 

▲ 부도탑의 해태     ©함양군민신문


 해태 주변으로 뽕나무와 단풍, 호두나무, 대나무가 있다. 청청취죽(靑靑翠竹)이다. 푸르고 푸른 취죽은 모두 법신이요 울창한 황화는 모두 반야이다. 대웅 스님이 길을 걷다가, 지나가는 말로 “아이구 매화가 피려 하네, 요새는 날씨가 따숩어…” 라고 말씀한다.


 정초, 황대선원에 갔다가 해태를 만나고 부처님 단전을 통해 기도 받고 뜻밖의 횡재를 했다. 황대선원 저편에 거창 감악산 준령이 보인다. 


 황대선원에 매화가 필 때, 선원에 다시 와, 약사여래불 곁에서 모든 망념을 버리고 조용히 좌선(閑坐)하고 싶다. 성수 큰스님은 생전 이런 법문을 했다.


 “참선들 하시게. 하루에 한번이라도 부처님처럼 당당하게 허리를 세우고 앉아 집중해서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해. 그러면 건강해져. 사람들의 말이 험하고 자세가 바르지 못하니 개인의 몸과 마음이 아프고, 사회가 병들고, 정치가 어지러운 거야”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