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후보가 함양을 찾아 윤학송 군수후보 유세를 돕고 있다.(왼쪽), 홍준표 지사가 함양의 상징 산양삼밭을 돌보고 있다. © 함양군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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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시절, 함양 인사 대약진 전말기
○…1983년 겨울, 전두환 통치시절. 채 날이 밝지 않은 새벽, 잿빛의 몽롱한 여명 속으로 김영삼(이하 경칭생략)을 추앙하는 민주산악회원들이 백무동을 오르고 있었다. 향도는 이태(李泰). 빨치산 종군기자출신으로 대하실록 『남부군』의 저자이다. 그 뒤로 최형우, 김동영, 황명수, 김동영, 문부식, 문정수(당시 정치활동규제자)…맨 후미에 김영삼의 모습이 보인다. 지리산을 차고 내려온 북풍은 백무동 언덕빼기에 부딪혀 으르렁거리며 칼날처럼 매섭게 휘몰아 쳤다. “가시밭 거친 고개 아득하여도, 동지여 그 한길을 꿋꿋이 가자”
▲ 김영삼의 민주산악회 등반모습. © 함양군민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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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일행은 지리산 천왕봉 정상에 도착했다. 황명수가 호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낭독한다. “巨山(김영삼 아호)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이 우리들의 1차 목표다. 전두환 압제(壓制)를 무찌르고 이 땅에 민주주의를 꽃피우자, 결전의 날은 다가왔다. 민주 광복의 날이다. 그때를 위해 동지여 일체단결하라”
하산후, 민주산악회원들은 함양군 마천면 소재지 대성식당으로 가, 늦은 점심을 먹었다. 당시 대성식당은 박용운 함양군의원 모친이 경영하고 있었다. 김영삼이 씨레기국에 밥을 말아, 1분도 안돼 식사를 마쳤다. 이때 한 사내(김왕규)가 숭늉 한사발을 가져와 김영삼에게 건넸다.
“김왕규 고향, 음식맛 진짜 맛 있구먼. 한그릇 더 묵을라카다가 다이오토할라꼬 포기했다마. 여기가 함양이제, 왕규야, 너그 동네 왔는데 희한한 거 없나?” “예. 마천막걸리가 아주 괜찮습니더, 가져 올까요?” “나는 안 묵지만 회원들은 반주로 한 잔썩 해야 안 되겠나?”
김영삼의 술 시중을 들고 있는 ‘김왕규’는 누구인가? 김왕규는 1980년대, 금령김씨종친회 사무총장을 지냈다. 직업은 한마음여행사 대표. 그는 당시, 종친회 일로 문중사람 김영삼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김영삼은 시골특유의 순박한 김왕규를 무척 신임했다고 한다. 김영삼의 차남 소산 김현철은 김왕규를 “아제, 아제”하며 좋아했다고 한다.
세월이 흘러 1992년 김영삼이 용상(龍床)에 올랐다. 김영삼 정부 출범후, 함양출신들이 정부요직에 속속 진출, 세간의 눈길을 끌었다. 군부 말석에 있던 임재문 장군이 일약 보안(기무)사령관으로, 경찰 한직에 있던 천사령 경정이 사직동팀장(청와대직속)으로, 이철우 공무원이 청와대민정비서실로 진출하게 된다. 이들이 출세하게 된 데에는 분명히 ‘뒷빽’이 있었으리라.
2014년 어느날, 필자는 이철우 전함양군수를 만나, ‘김왕규와 함양 까마귀’들과의 함수관계를 취재한 적이 있다. 이철우는 빙 둘러 말했다. “김왕규, 아, 그 분? 함양을 위해 정말 많은 일을 했지. 그이는 말이야. 김영삼으로부터 대단한 총애를 받았던 인물이었어. 그런 까닭에 정부출범후 정치판의 신데렐라가 되었지. 송무백열(松茂栢悅)이라.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말이 안 있나. 우리 잔챙이 잣나무들은 정치거목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무척이나 기뻐했었지. 정치거목(김왕규) 역시 고향 까마구들을 잘 이끌어줬지, 이 정도만 말합시다, 김왕규 때문에 함양사람들이 벼락출세를 했다? 이것에 대해 깊숙히 이야기하면 허허, 당사자들이 반론을 제기할 수 있으니, 요 정도로만 이야기합시다. 우리가 그분 신세는 많이 졌지, 고마웠던 분이었다”
속된 말로 정치판은 줄을 잘 서야(주군을 잘 만나야) 요직에 오를 수 있다. 우리네 인생살이에서도 사람을 잘 만나면 삶이 바뀐다.
정민 한양대국문과교수가 사람과 사람의 ‘만남’에 대해 이런 글을 썼다.
‘만남은 맛남이다. 누구든 일생에 잊을 수 없는 몇 번의 맛난 만남을 갖는다. 이 몇 번의 만남이 인생을 바꾸고 사람을 변화시킨다. 조선시대 정약용이가 유배 당해 전남 강진에 갔을 때였다. 그 마을에 바보멍텅구리 소년 황상이 있었다. 정약용은 황상(黃裳)에게 자신의 모든 지식을 전수했다. 후일, 황상은 조선의 손꼽히는 명문가가 되었다…’
정치판에서도 이런 일(정약용 vs 황상)들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1990년말, 정찬용 거창 YMCA 총무는 낭인(浪人) 노무현을 만나, 일약 청와대인사수석이 됐으며 박근혜 시절 무명의 무대연출가 차은택이 비선실세 최순실을 만나 문화계의 황태자로 군림한 바 있다.
◆김두관의 친구 윤학송
○…이른바 대선(大選) 시즌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3월 31일 발표한 대선 후보 다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선두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문 후보는 지난주와 같은 31%였고, 안철수 후보는 10%에서 19%로 상승해 17%에서 14%로 하락한 민주당 안희정 후보를 제쳤다. 4월1일 홍준표 경남지사가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로 선출됐다. 그는 선출후 “국가 혼란을 정리하고 국민을 안심시키는 든든한 보수 정권을 탄생시키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유승민은 전남 목포와 대구 경북 등을 오가며 광폭 행보를 펼치고 있다. 늘푸른한국당 이재오 후보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대통령, 청렴하고 국민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표밭갈이를 하고 있다. 대선시즌을 맞이하여 이번 대선후보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함양 사람들의 면면을 심층취재해 봤다.
2011년 10월 20일 함양군수 보궐선거 유세차 문재인(당시 노무현재단이사장)이 함양을 찾았다. 그는 연단에 올라 윤학송 후보 지지발언을 했다. 문재인은 사자후를 터트렸다. “윤학송 후보는 민주운동을 함께한 나의 오랜 동지입니다. 그는 함양의 새 정치를 이끌고 발전시킬 유일한 사람입니다”
문재인은 “윤 후보는 김두관 경남지사가 신뢰하는 인물이어서 만약 당선되면 경남도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때, 문재인은 문성근(영화배우), 윤학송과 함께 지리산함양시장을 돌면서 상인, 주민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이른바 윤학송은 이장출신 국회의원 김두관의 핵심막료이다. (최근 김두관은 문재인 캠프의 수장으로 영입됐다.)
문재인과 김두관이 신임하는 농업전문가 윤학송, 그는 문재인 정부의 유력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으로 발탁될 지도 모른다. 이외, 함양의 문재인 지지파로는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에 앞장 선 곽성근, 김두관 국회의원 후원자 김행준 등이 있다. 곽성근은 시인(지리산문학회장)으로서 더불어민주당전국장애인위원회 위원장 선거에 출마한 이력이 있다.
김행준은 창원권역에서 문재인 지지세력을 결집하고 있다. 문재인 선거캠프 실력자 송영길과 밀접한 핫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이외, 함양의 전설적인 야당투사 허태호 지리산 댐건설반대추진위원장이 있다. 한화갑 전 민주당대표는 회고한다. “허태호 동지는 평생 민주당을 지지한 양심세력이었죠. 그분의 DJ(김대중)에 대한 애정은 두고두고 한국야당사에 기록될 겁니다”
한화갑의 증언에 따르면, “우리(김대중)가 정권을 잡았을 때 일입니다. 허태호 동지가 저를 찾아와 김영삼 정부시절 천사령 시직동팀장을 어찌 구제해 줄 방도가 없느냐? 묻더이다. 정치가 다 그런 거 아뇨? 반드시 손볼 놈(김영삼 시절 자신들을 탄압한 무리)들만 처치해야지, 김영삼 시절, 나라에 충복(忠僕)한 사람들까지 모조리 격파할 순 없잖소, 그래서 제가 요로를 통해 천 팀장을 구제해준 적이 있소이다”
◆김경수 전고검장의 행보를 주목하라
오승엽. 그는 오일창 전 함양교육장의 자제로서 경남대학교 학생회장을 역임했다. 현재 홍준표 지지 사조직인 ‘나사본’ 경남도 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홍준표 대통령만들기에 맹활약하고 있다. 오승엽은 홍준표를 왜 지지하는가? “사면초가의 외교안보와 심각한 일자리 문제와 성장정체 등 경제위기를 풀어줄 가장 확실한 인물”이기 때문이란다.
오승엽은 그간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자원봉사에 열심을 부려 홍준표 부인 ‘이순삼’으로부터 깊은 신임을 얻고 있다.
이창구 전 함양군의장은 지난 경남지사선거때 홍준표 함양캠프 총책임자로 활동했다. 이번 대선 때 홍준표에 대한 그의 역할이 주목된다. 거창 함양합천 산청을 지역구로 둔 신성범 전국회의원은 유승민 바른정당 대통령후보 캠프에서 정책개발에 힘쓰고 있다.
재경 경남도민회 박연환 회장이 경영하는 출판기업 ‘한국헤르만헤세’ 주소지는 경기 성남시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한 이재명이 이 지역(성남) 시장님으로 계신다.
‘한국헤르만헤세’는 그간 성남시민들에게 거액의 도서를 기증하는 등, 자선사업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박연환과 이재명은 깊은 교분관계를 맺는다. “서로 정치적 이념은 다르지만 지역 수장과 기업인으로서의 아름다운 정분을 나누고 있다”고 이재명 측근이 전한다.
노재동은 함양출향인사로서 은평구청장을 지냈다. 제4대 서울시의원에 입문, 2001년 4.26 재보궐 선거를 통해 제15대 은평구청장에 취임했다. 이듬해 민선 3기 지방선거에서구민들의 재신임을 물었고 그 결과 2선 연임을 하게 되었다. 민선 4기 지방선거 역시 은평 구민들의 변함없는 신뢰와 사랑으로 3선에 당선되었다. 노재동은 은평구청장을 지내면서 이 지역 출신 이재오(늘푸른한국당대통령후보)와 ‘막역지우’로 지내고 있다.
노재동은 고려대법대 출신으로서 정치인맥이 막강하다. 고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 이재오, 진수희 의원, 박계동 전의원, 김진우 고대 전 총장, 하나자사고 설립자 김승유 하나은행장 등 각계 인사들과 교분이 두텁다. 이번 대선과 발 맞추어, 주목할 인물로는 함양군 서상면 대로마을 출신 김경수 전 대구고검장이 있다. 진주고, 연세대법대출신인 김 전고검장은 검사재직시 부정부패 척결에 힘썼다. 최근 김 전고검장이 박근혜 구속과 즈음하여 뉴스메이커로 등장해 눈길을 끈다. 그는 언론을 통해 “박근혜 전대통령이, 왜 구속되지 않으면 안 되는지” 국민들에게 가이드를 해주고 있다. 차기 정부 유력한 법무부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송무백열(松茂栢悅)이라. 소나무가 무성하면 잣나무가 기뻐한다는 말이 안 있나. 우리 잔챙이 잣나무들은 정치거목이 승승장구하는 것을 무척이나 기뻐했었지. 정치거목 역시 고향 까마구들을 잘 이끌어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