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木花 달인 임채장, 왜 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나?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7/12/04 [16:47]

 

▲ 지난 10월 30일 경남 함양 함양읍 관변마을 목화밭에서 임채장(67)씨가 목화솜을 따고 있다. 그가 만든 천연 목화솜 이불은 쾌적하고 편안하다.     © 함양군민신문

 

목화의 역사, 이렇게 시작되었다
도올 김용옥은 왜 목화 솜이불만 덮고 자나?

 

○…지난 10월 30일, 음력으로는 9월 11일(庚寅), 김용만 함양군청 주무관(사진담당)이 함양읍 관변마을 목화밭을 찾았다.

 

 목화는 아욱과에 속하는 일년생 초본식물이다. 꽃은 7월 하순에서 8월 하순에 걸쳐 개화하며, 꽃봉오리가 맺히고 난 뒤 꽃이 피기까지는 약 30일이 소요된다. 꽃이 시들고 나면 꼬투리같이 생긴 열매가 나타나고 이 열매를 열면 면 섬유질이 식물성 솜털에 감싸인 씨앗들이 나온다. 목화를 인도어로 카르포사, 라틴어로는 카르바수스, 아랍어로는 알 고톤, 프랑스어로는 코통, 영어로는 코턴이라고 부른다. 김용만 주무관이 관변마을 목화밭 풍경을 카메라에 담는다.

 

 목화밭 임채장 농부가 솜털을 번쩍 들고 환한 웃음을 짓는다. 뭉개구름처럼 피어오르는 목화솜털이 거의 환상적이다. 임채장씨는 함양읍 백천리 소재 농지 2천여평에 목화를 재배, 전국에서 유일무이 천연 목화솜으로 이불을 생산하는 명인이다.

 

 
▲ 임채장씨 목화인생은 함양의 자산이다.     © 함양군민신문

 

 임씨는 지리산함양시장에서 칠성면업사를 운영하고 있다. 그가 만든 핑크하트 이불 제품(순수 천연 목화솜으로 생산)은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국내 유수 다른 제품의 경우 천연목화솜과 캐시미어로 만들어 친화적이지 못하다. 이에반해 칠성면업사 임씨가 생산하는 이불 제품은 100% 천연목화솜을 사용함으로써 신뢰감을 주고 있다.

 

 “재배하는 목화의 양이 한정적이어서 년간 이불 100채를 생산하는데 만족해야 하지만 그래도 전국에서 유일하게 100% 천연 목화솜 이불을 만들어 전국의 소비자들에게 공급하고 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칠성면업사 임채장 대표는 “전국에서 홀로 목화솜을 재배하고 있어 아쉬움이 크지만 그래도 홀로 명맥을 잇고 있다는 자긍심이 있어 이 일에서 손을 놓을 수 없다.”고 말하고 “훗날 이 일을 다른 사람이 이어가면 좋겠지만, 아니면 자식에게라도 대를 이어 물려 주었으면 하는 것이 현재의 심정이다”라고 밝혔다.

 

 도올 김용옥은 저서 『기옹은 이렇게 말했다』를 통해 목화이불이 왜 사람 몸에 좋은지를 설명하고 있다. “나는 365일 목화이불 속에서 잠 잔다. 이 이불 아니면 절대 잠을 안 잔다. 이 이불은 나의 건강 수호천사다. 나는 절대적으로 이 이불을 신뢰한다, 왜냐? 이 목화이불이 내 뇌를 항상 맑게 해 주므로…”

 

 한방학자들도 이구동성 아토피에 안 걸리려면 목화이불을 사용하라고 권유한다. “현재의 베개나 이불 요 쿳션의 속을 가위로 잘라보면 그 안에는 스폰지 또는 화학솜으로 세균 및 곰팡이 집먼지 진드기들이 살기 가장 좋은 조건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런 이불 속에서 잠자게 되면 100프로 아토피 환자가 됩니다, 반면, 목화는 친자연성 물질이라 인체에 유익합니다, 목화 솜이불에 자면 절대 아토피 안 걸립니다”

 

○…목화의 약성에 대해 알아보자. 면화는 목화종자의 면모로서 가을에 채취한다. 목화종자 털에는 비티민 91%, 납과 지방 0,4%, 세포내용물 0,6%가 함유되어 있다. 약효는 지혈의 효능이 있다. 약성이 남을 정도로 강한 불에 태워 산제(散製)로 하여 복용하면 좋다고 한다.

 

 면화각은 목화의 곁열매껍질로 격식(膈食), 격기(膈氣)를 치료한다. 격식, 격기, 처음 듣는 말이다. 김영삼 한의사에게 물었더니 “찬 기운을 받은 다음, 체하거나 비위가 상해서 생기는 병입니다. 증세는 가슴이 그득하고 소화가 되지 않으며, 신물을 토하고 배가 더부룩해지고요”

 

 격기는 가슴과 횡격막 사이의 기(氣)가 막혀 음식을 삼키자마자 토하는 병증을 말한다.

 

 “(김영삼 한의사의 말) 『의림승묵(醫林繩墨)』 제5권에서  ‘음식을 삼키자마자 토하며 토해낸 음식물에 가래가 덮여 있는 것을 격기라고 한다’라고 하였습니다. 대부분 기기(氣機)가 정체되어 담과 식이 서로 막음으로써 발생하지요. 면화근은 조경(調經·월경을 고르게 함)을 치료합니다. 면자유는 악창과 개선(疥癬·옴벌레가 옮아 붙어서 생기는 전염 피부병)에 좋습니다”

 

◆부처님 열반 때…
○…목화의 역사는 유구하다. 목화는 식물계가 창조된 이후부터 줄곧 야생상태로 존재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면직물은 인더스강 유역에 자리잡은 기원전 3000년경의 유적지 모헨조다로에서 발견됐다. 목화연구가 자크 앙크릴의 리포트에 따르면 “모헨조다로에서 발견된 유적물은 대단했습니다. 목화로 만든 면이 말이죠, 은항아리를 감싸고 있었는데, 거의 5000년이 지난 지금에도 면 빛깔이 전혀 퇴색되지 않았답니다”

 

▲ 『목화의 역사』 자크 앙크틸 기록. 가람기획 펴냄. 2007년판.     © 함양군민신문

 

 고대 그리스 역사가 헤로도토스(Herodotos)도 목화로 만든 면에 관해 한 마디했다. “인도에서는 목화솜으로 의복을 지어 입는다. 이 솜은 양털보다 훨씬 아름답고 질도 좋다”

 

 고대 인도에서는 목화 면사를 가리켜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존재라고 여겼다. 어둠의 세계에서 빛의 세계로 인도하는 매개체라고도 했다. 목화에게 어떤 영성적 기운이 담겨져 있기 때문일까? 목화연구가 자크 앙크릴이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 간디가 물레를 돌리고 있다. 간디에게 있어서 물레를 돌리는 것은 하나의 명상이었다.     © 함양군민신문

 

 “직물은 수직과 수평의 여러 가지 실의 교차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씨실의 수직선은 남성적인 능동적 원리에 해당하며, 날실의 수평선은 여성적인 수동적 원리에 해당하는 것으로 베를 짠다는 것은 방직기 위로 오가는 범우주적인 북의 왕래 같은, 생(生)의 두 상태의 지속적인 교체를 상징하지요. 여기서 프리나 즉 숨결은 둘숨과 날숨의 호흡작용에 비견되는 이 이중정 왕복활동과 결합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므로 고대 인도인들은 면사에게 영성적 의미를 부여한 것입니다”

 

 고대 인도 승려들은 결이 가장 고운 면직물을 신에게 봉헌했다. 부처가 열반에 들었을 때 면직물로 부처의 몸을 덮었다. 불교를 믿는 여러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승려가 흰색의 면사를 신랑 신부의 손목을 매어주는데, 이 면사가 그들에게 행복과 장수를 보장해 준다고 믿는다.

 

 이 실은 또한 그들에게 공통된 운명을 상징하며, 종종 많은 신화들에서 인간의 생명이 다한다는 것은 실이 끝까지 감기는 것에 비유되기도 한다.

 

○…미얀마에서는 목화 면직물이 부적과 같은 존재이다. 어떤 사람이 중병에 걸리면 악령퇴마사가 대나무조각으로 작은 활을 만들어 면사로 한 가운데를 묶어 손가락으로 집어든다. 그리고는 환자 몸 속에 들어 있는 악령을 불러낸다. 악령을 호출할 때 매달려 있는 활을 흔든다. 악령은 면사가 묶어져 있는 활로 악령을 위로하거나 혼을 낸다. 이렇게 하면 악령은 사라진다. 면사 속에 무슨 영험한 파워가 있기 때문일까?

 

 한 무속인에게 문의했더니 한다는 말이, “우리나라 경우, 귀신을 쫓을 때 동쪽으로 뻗은 복숭아나무가지를 사용하잖소. 이 가지에는 오목(五木)의 정(精)이 있어 사기(邪氣)를 압복하고 백귀를 퇴치하는 힘이 있다고 우리는 믿소이다. 미얀마의 경우, 왜 목화를 사용하느냐? 무속세계에 귀신 퇴치법 중 훈소법(燻燒法)이랑 게 있소이다. 연기의 악취로 귀신을 쫓아내는 방책이지요. 귀신은 맛나는 음식은 아주 좋아하고 악취 나는 건 아주 싫어해요. 목화씨, 고추, 쑥, 삼씨를 태우면 귀신이 아이고 나, 살려라 하며 36계 도망을 칩니다. 아마 그래서 미얀마에서는 목화 면사를 사용하능가 봅니다”

 

▲ 드라마 ‘도깨비’에서 삼신할미가 지은탁에게 주고 간 목화 꽃다발 (톱스타 공유가 들고 있으니까 더 멋지게 보인다)     © 함양군민신문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한 목화꽃다발
○…한편 목화는 각종 예술창작물의 소재로 사용되어 왔다. 연전, 공유가 주인공을 맡은 드라마 ‘도깨비’에 목화꽃다발이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주인공 공유가 김고은(지은탁)의 졸업선물로 목화솜 꽃다발을 건내줘, 꽃시장에서 목화솜 품절대란이 일어나고 말았다.

 

 도깨비 작가 김은숙은 왜 많고많은 꽃다발 중, 목화꽃을 선택했을까? 

 

 김은숙 작가는 말한다. “목화 꽃말은 ‘어머니의 사랑’입니다. 김고은이 이 목화꽃다발을 받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고 보면 됩니다”

 

▲ 서정주 시인.     ©함양군민신문

 

서정주 시인은 ‘목화’라는 시를 썼다. 감상해보자.

 

 목화(木花)


 -서정주

 누님. 눈물겨웁습니다/ 이, 우물물같이 고이는 푸름 속에/다소곳이 젖어 있는 붉고 흰 목화꽃은,/ 누님. 누님이 피우셨지요?/ 튕기면 울릴 듯한 가을의 푸르름엔/바윗돌도 모두 바스라져 내리는데/저, 마약과 같은 봄을 지내어서 저, 무지한 여름을 지내어서/질경이 풀 지슴길을 오르내리며/허리 구부리고 피우셨지요?

 

▲ 표성흠 소설가와 소설 『목화』 표지.     © 함양군민신문


◆표성흠 소설 ‘木花’ 문익점 삶 그려
○…거창(군) 사는 표성흠 소설가는 『목화』라는 소설을 썼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에 보급한 문익점의 삶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소설 목화를 통해 자나깨나 국민의 삶을 고민했던 역동적인 인물 문익점을 탄생시켰다. 붓두껍에 목화씨를 숨겨 들여옴으로써 당시 의복문화에 일대 혁명을 가져온 문익점의 업적을 씨줄로 하고, 여기에 원나라의 간섭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공민왕의 개혁정치와 조선을 건국하려 했던 신흥세력의 움직임, 갑작스럽게 닥친 왜구의 침략 등 역사 속 굵직한 사건을 날줄로 삼아 한 편의 역사소설을 탄생시켰다. 작가는 “문익점이 활동한 시기의 고려는 그 어느 때보다 혼란기였다. 원나라를 건설한 몽고는 이내 대제국을 건설했으며, 고려 역시 원나라의 간섭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개혁을 단행했던 공민왕과 새로운 나라를 꿈꾼 신진 사대부, 정치 혼란으로 힘든 나날을 보낸 일반 백성의 삶 등 혼란 속에서 문익점의 업적은 더욱 의미를 가졌다”고 설명했다. 표 작가는 “목숨을 걸고 목화씨를 가져와 면포를 보급한 문익점이야말로 참된 역사의 영웅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떠올리게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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