戊戌年 새해특집·김영해 교수와 함께 떠나는 함양·산청 ‘기도빨’ 센 山神閣 명상여행

구본갑 논설위원 | 입력 : 2018/01/15 [15:56]

 

▲ 여성불자가 마천면 영통암 산신각 앞에서 주문을 외고 있다.     © 함양군민신문

 

○…데이빗 메이슨(David A. Mason)은 우리나라 산신(山神)사상의 권위자이다. 미국 켈리포니아 주립대학에서 철학을 배웠다. 졸업후 한국으로 건너와 연세대학교에서 한국학을 전공했다. 주요 저서로는 『산신: 한국의 산신과 산악숭배의 전통』, 세계 최고의 배낭여행 가이드 시리즈 론리 플래넷의 『여행 서바이벌 키트(제4판)』와 『Korea: A Sensory Jouney』를 펴냈다. 그는 저서 『산신: 한국의 산신과 산악숭배의 전통』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한국의 산들은 하늘을 향해 뻗어 있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다. 위압적이면서 단정하며 위험스러우면서 유용하다. 한국인들은 산을 숭배한다. 아주 오래전 한국인들은 명산에 혼을 부여하고 산신이라는 자연숭배적인 존재를 창조해 냈다. 이를 산신령(Mountain-spirit spirit)이라 한다, 한국인들은 산신을 숭배하기 위해 산신각을 세우고 그 곳에서 기도 혹은 제사를 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산이라고 하는 지구 생태계의 작은 일부와 그 위에서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작은 일부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더욱더 진화해 가는 관계를 맺는다”

 

▲ 마천면 벽송사 산신각.     © 함양군민신문

 

 산신각은 문자 그대로 산신을 모시는 곳이다. 우리나라 내노라 하는 전통사찰 대웅전 뒷편 야트막한 언덕에 반드시 이 산신각이 자리하고 있다. 이 곳에 자리 잡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 대개 우리나라 사찰은 풍수학적으로 명당에 위치해 있다. 명당 기운을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곳에 주불을 모시는 대웅전이 있다. 그런데 산신각은 대웅전을 내려다 보는 언덕에 위치해 있다. 그 이유는? 산이 지닌 정기를 제일 먼저 받기 위해서 라고 한다. 산신각 내부는 아주 작다. 대개 한 사람 정도 들어갈 크기다. 그 이유는 뭘까? 여러 사람이 들어오면 산신각 내 좋은 정기가 분산되어 버리기 때문에 그것이 염려스러워 작게 지었다 한다.
 
 ◆이는 불로장생을 상징한다
 ○…산신각의 형태는 정면 한 칸, 측면 한 칸의 맞대 지붕 형태로 되어 있다.

 

 우리나라 산신각에 조성된 산신 탱화를 보면 거의 100프로 산신령이 할아버지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산신령은 하얀 학 깃털이 달린 부채를 들고 있는데 이는 산신이 바람과 기타 자연신을 다스린다는 것을 상징한다. 또 산삼과 불로초가 매달려 있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데 이는 불로장생을 상징한다. 데이빗 메이슨이 입수한 금당산 법장사의 산신탱화를 보면, 산신이 불자(拂子)를 들고 있다. 불자란 말총 또는 사슴 털로 만든 총채를 말한다. 이 총채의 의미는 뭘까? 데이빗 메이슨의 설명을 들어보자.

 

 “이 불자는 불법(계율)에 대한 복종을 의미합니다. 이 불자 속에 벌레 조차 죽이지 않는다는 뜻이 있어 모든 생물에 대한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을 상징합니다” 

 

▲ 마천면 안국사 산신각 내부.     © 함양군민신문

 

 함양군내 고찰에 가면 대웅전 뒤편에 산신각이 있다. 함양군 마천면 가흥리 안국사 산신각에 들어서면 호랑이를 탄 산신과 그 옆에 동자 모습이 보인다. 안국사에 현존하는 당우로는 대웅전·산신각·요사채 등이 있으며, 문화재로는 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 337호로 지정된 행호조사탑(行乎祖師塔)과 금송당사리탑(琴松堂舍利塔)·서상대사부도(西上大師浮屠) 등이 있다.

 

▲ 함양 영각사 삼성각에 봉안되어 있었던 산신탱(山神幀). 산신이 호랑이 등에 타고 앉아 있다.     ©함양군민신문

 

함양군 서상면 영각사 산신탱(山神幀)은 영험 산신도(山神圖)로 이름 높다. 현재 사측에서 별도 보관 중이다. 연(絹)의 틈이 넓은 명주를 바탕 재료로 하여 액자 형태로 제작되어 있는 이 탱화의 화면에는 산신이 호랑이 등에 타고 앉아있는 모습을 그려져 있다.

 

 뒷면에는 주서(朱書)된 ‘전신사라보협다라니’가 있다. 그 아래쪽에는 묵서(墨書)된 명문이 부기(附記)되어 있다. 전체적인 구도는 화면의 절반 가량 크기로 묘사한 호랑이와 그 호랑이를 타고 앉은 산신을 화면 중앙에 큼지막하게 배치한 후 화면 하단 향좌 측에 검을 짚고 서 있는 신장상과 산신 뒤편 두 동자를 작게 포치한 구도를 보여주고 있다.

 

 우측으로 시선을 둔 3/4 정면에 백발이 성성한 산신은 상투관을 쓰고 흰 수염을 휘날리며 가슴을 드러낸 채 양 다리를 호랑이 등 위에 두고 타고 있는 모습이다. 또한 오른손은 가슴 부위까지 들어 지팡이를 쥐고 있으며 지팡이의 끝에는 불진(拂塵) 경권(經卷)  묶어서 달아두고 있고, 왼손은 아래로 내려 芭蕉扇을 쥐고 있는 형태이다.

 

 산신을 등에 태우고 버티고 서 있는 호랑이는 왕방울 같은 큰 눈과 입을 약간 벌려 이빨을 드러낸 모습에 표범 무늬와 S자 형태로 치켜든 꼬리 등에서 마치 민화 속에 나오는 호랑이처럼 정감 있게 묘사 되어 있다. 더욱이 화면 하단 향좌측 모서리에 검을 짚고 떡 하니 버티어 서 있는 신장이 묘사 되어 있어 아주 독특한 산신탱이기도 하다. 산신 후면 양쪽에는 공양물을 받쳐 든 천동자·천동녀가 묘사되어 있다. 화면 후면에는 아무런 배경묘사 없이 여백으로 비워두고 있는데 화면 상단 가장자리를 따라 적·녹·황색으로 채색된 구름과 화면 상단 향우측 구름 사이로 소나무 일부가 그려져 있다.

 

◆ 산신도에 여성이 없는 까닭은?
 여기서 궁금한 게 하나 있다. 산신도에 여성이 없다. 그 까닭은 뭘까?

 

 고대 역사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원래 산은 여성을 상징했었는데, 유교(儒敎) 등 기타 가부장제도의 영향으로 인해 남성이 산의 상징물로 대체되고 말았다 한다. 지리산은 풍수학상 어머니 산으로 알려져 있다. 풍수학자 장영훈 선생 학설에 따르면 백두산에 남기(男氣)가, 지리산엔 여기(女氣)가 흐른다고 한다. “왜 백두가 ‘남성산’인지 지명풀이를 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백(白)은 태양을 의미합니다. 봉황은 하늘의 새로서 봉은 수컷 황은 암컷이지요. 지리산 천왕봉은 천황 발음과 유사하므로 여성으로 분류합니다. 이런 연유로 어머니 산 천왕봉에는 1000여년 전 부터 성모석상이 있었지요”

 

 한편, 지리산 노고단은 도교적인 용어로 할미단이라고 한다. 이 곳에 예전, 남악사가 있어서 제사를 지내기도 하였다. ‘할미’는 국모신(國母神)인 서술성모(西述聖母:仙桃聖母)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어머니산 지리산 자락 여러 전통사찰 산신각을 답사해 보았지만 여산신을 모신 산신각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여자 산신을 모신 산신각은 없을까?

 

 며칠전 김영해 교수(명지대학교 사회교육원 원형문화 전공)로 부터 전화가 왔다.

 

“산청 거림계곡에 가면 여신 탱화가 있습니다, 마침 제가 그 곳에 갈 일이 있으니 시간이 허락되면 동행하시죠”

 

 거림계곡은 지리산 연하봉과 촛대봉에서 비롯되는 도장골, 세석평원에서 삼신봉으로 이어지는 한벗샘에서 발원한 자빠진골의 지류가 모여 생긴 계곡을 말한다. 김 교수가 말한다.

 

 “이 계곡 속에 아주 작은 섬이 있습니다. 자세히 보세요, 저멀리 천왕봉로부터 한줄기 계곡이 형성되었다가 저기서 두 갈래로 나눠지지요? 이로써 깊은 산 속에 섬이 생기게 됩니다. 그 섬 속에 국내 최고 신(神)빨 센 산신당이 있답니다. 저 섬에 가려면 구름다리를 건너야 해요. 그 다리를 건널 때 저는 마치 열반의 배를 타고 피안으로 가는듯한 기분에 휩싸인 답니다”

 

▲ 김영해 교수가 여자산신에게 청수를 바친다.     © 함양군민신문

 

 구름다리를 타고 문제의 신당을 찾았다. 신당 주변에 개망초 명아주, 수수알처럼 생긴 작은 꽃송이들이 만발하다. 신당엔 과연 여산신(女山神) 탱화가 있었다. 여산신은 달리 산각시, 성모, 산마수라, 산산할미, 산신할매라고 부른다. 거림계곡 산신당 여자 산신은 화관을 쓰고 있다.

 

▲ 거림계곡 산신각 내 여자산신 모습.     © 함양군민신문

 

 묘산보봉(妙山輔峰) 넓은 반석 위에 호랑이를 거느리고 있다. 

 

 넙적한 얼굴에 후덕한 상이다. 여자 산신 옆에 선녀와 동자가 지물 공양물을 들고 호위하는 형국이다. 산신도에 등장하는 선녀, 동자는 시동 또는 협시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협시란 불상에서 본존인 여래의 곁에서 본존을 보시는 상(像)을 말한다. 각기의 정토(淨土)를 가진 여래의 보좌보살이다.

 

 “전설에 따르면 아주 먼옛날 선몽을 받고 이 탱화를 조성했다 합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인 의견인데 저는 이 거림계곡 산신각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전퀘스트(영계와의 교류를 구하는 의식)에 적합한 다시 말해서 기도발이 센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 좁은 곳에서 기도와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되면 뭐랄까 무아지경의 상태에 이르게 되죠”

 

▲ 산청군 천왕사 마고할미.     © 함양군민신문

 

 거림계곡 산신각 답사를 마치고 인근에 있는 천왕사 산신각을 찾았다. 이곳에 마고할미상이 있다.  마고(麻姑)는 ‘마고선녀’ 또는 ‘지모신(地母神)’이라고도 부르는 할머니로 혹은 마고할망이라고도 한다. 주로 무속신앙에서 받들어지며, 전설에 나오는 신선 할머니이다. 새의 발톱같이 긴 손톱을 가지고 있는 할머니로 알려져 있다. 옛말에 마고가 긴 손톱으로 가려운 데를 긁는다는 뜻으로, 바라던 일이 뜻대로 잘됨을 이르는 말로 마고소양이라 하는데 이때 한자로 마고(麻姑)라고 적듯이 예부터 전해오는 전설 속의 노파(老婆)를 의미하기도 한다. 박제상이 저술하였다고 알려져 있는 부도지에는 마고성과 함께 탄생한 한민족의 세상을 창조한 신으로 설명되어 있기도 하다. 천왕사 마고할미상은 원래 천왕봉 정상에 있었는데 해방후 행방불명되었다가 현재 천왕사에 봉안되어 있다. 

 

 조선일보 이규태 전 논설위원은 천왕사 마고할미상 역사적 가치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지리산 마고할미는 한국 토속신앙의 조상이다. 이 석상은 불로장수와 만사형통을 관장한다. 이성계가 왕으로 등극하기 전 지리산 깊이 쳐들어온 왜구와 싸울 때 대첩을 이룬 것이 이 마고할미가 운무를 조작한 신조 때문이라고 여겼다”

 

 무술년 새해를 맞이하여, 독자 여러분, 기도빨 센 산신각에 가, 소원성취하소서.


구본갑 논설위원busan70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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