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계임의 향토음식 : 밀양돼지국밥

함양군민신문 | 입력 : 2018/04/16 [11:27]

 

▲ 밀양돼지국밥은 육수를 낼 때 소 뼈를 푹 고아서 된장과 양파를 넣고 끓인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부추나 방아 잎을 곁들인다. 새우젓과도 찰떡궁합이다. 사진은 순 살코기만 넣은 돼지국밥.     © 함양군민신문

 

찬 성질 돼지고기, 부추·새우젓 ‘찰떡궁합’
마늘 알리신·비타민 B 결합 알리티아민

 

돼지국밥은 이북음식이지만 한국전쟁 때 월남한 이북사람들에 의해 정착되어 경상도 음식이 되었다한다.

 

돼지국밥은 밥과 돼지고기를 넣고 펄펄 끓는 국물을 한 국자 떠서 담았다가 부어내는 토렴과정을 3~4회 반복한다. 예전에 시골장날 시장바닥에 임시로 천막을 쳐놓고 가마솥 걸고 장작불 떼어 돼지고기, 내장, 머리를 푹 삶아 밥과 고기는 미리 그릇에 담아 두고는 손님이 오면 뜨거운 국물로 여러차례 붓고 쏟고 하여 손님상에 내었다. 이렇게 토렴을 해야 국물이 밥알에 잘 스며들고 밥알도 탱탱해지면서 데워진다. 시골 오일장에는 물건 파는 행상, 장보러 나온 사람, 장날 구경 온 사람 할 것 없이 점심 요기로 돼지국밥을 먹었다. 먹기 직전에 고춧가루 양념장 풀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다. 간혹 부추무침을 넣어 먹기도 하였다.

 

가마솥에 푹 고운 뿌연 국물도 구수하지만 국물 속에는 꼬들꼬들한 소장, 대창, 염통, 콩팥, 허파, 오돌오돌 연골이 씹히는 돼지귀와 머릿고기가 부위마다 맛이 달라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그 중에서 제일 맛있는 부위가 있다. 바로 오소리감투이다.


오소리감투는 원래 오소리 털가죽으로 만든 벙거지를 일컫는 말이지만 여기서는 돼지의 위장이다. 돼지위장은 쫄깃거리고 씹으면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좋아 돼지 한 마리에 한 개뿐으로 서로 차지하려 한다. 돼지 잡을 때 주의를 소홀히 하면 맛 좋은 위장부위가 자꾸 사라져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아 늘 분실 사고가 난다. 돼지위장이 한번 사라지면 도무지 그 행적을 알 수가 없어 마치 오소리가 굴 속에 숨어버리면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질 않는 특성을 비유한 것이다. 또 벼슬아치들이 서로 자리 차지하려고 쟁탈전을 벌리는 모습과도 흡수하여 감투라는 별칭이 더 붙었다한다.

 

밀양돼지국밥은 육수를 낼 때 소 뼈를 푹 고아서 된장과 양파를 넣고 끓인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부추나 방아 잎을 곁들인다. 찬 성질의 돼지고기는 따뜻한 부추를 만나 찬 성질을 죽이고 느끼한 맛도 잡아준다. 새우젓과도 찰떡궁합이다. 발효가 잘 된 새우젓에는 지방분해효소가 많아 기름진 돼지국밥의 소화를 도와준다.

그리고 돼지고기와 마늘의 궁합은 효율적인 시너지 효과가 있다. 돼지고기에 들어있는 비타민 B은 마늘의 매운맛인 알리신과 결합하여 알리티아민이 된다.

 

비타민 B그룹은 수용성이고 우리 몸 속에 저장이 안 돼 매일 섭취해야 하는데 알리티아민은 우리 몸 속에 저장이 되어 피로회복제 역할을 한다. 생마늘편, 생양파가 돼지국밥의 반찬으로 제격이다.

 

요즘 돼지국밥 파는 식당에 가보면 순살코기를 넣은 돼지국밥, 순대국밥, 내장국밥, 섞어국밥, 머리국밥으로 구분하여 판매한다. 젊은 사람들은 살코기만 넣은 돼지국밥을 먹기 때문에 다양한 입맛의 소비자들 취향에 맞춘 것이다.

 

우리 민족은 밥을 먹으면서 국을 찾는다. 우리의 식문화를 국물문화라고 할 정도로 온갖 국물 요리가 많다. 국밥은 국에다 밥을 말아 먹는 요리의 통칭이다.

 

쌀을 주식으로 하면서 항상 국이 차려지기에 국에 밥을 말기만 하면 바로 국밥이 된다.


국밥은 세계에서 보기 드문 우리 민족 특유의 식사법이다.


국밥에 관한 구체적인 설명은 1800년대 말엽의 <근대규곤요람>과 <시의전서>에서 비롯된다.

 

<근대규곤요람>에서는 “장국밥은 국수 마는 것과 같이 하는데, 밥만 마는 것이다. 밥 위에 기름진 고기를 장에 조려 그 장물을 붓는다”고 하였다. 이 설명을 볼 때는 일본의 덮밥 요리와 비슷하여 일본의 돈부리는 우리나라 장국밥에서 건너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국밥이 한국인의 외식문화에 자리잡은 이유는 이성우의 <한국요리문화사>에서 살펴볼 수 있다.

 

“개화기에 접어들면서 우리나라도 사회의 발전에 따라 외식이나 단체급식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이를 위해서는 복잡한 가정 요리법으로는 급한데 대응해 나갈 수 없다. 자연 일품 요리가 요구되었던 것이다. 이 결과로 나타난 것이 탕반이라 하겠다. (중략) 1800년대 중엽에는 탕반이 거리로 나왔고, 1800년대 말엽에는 요리서에서도 등장할 만큼 대중화한 것이라 보겠다”라고 쓰여 있다. 어쩌면 국밥은 외식문화의 원조이기도 하다.

 

국을 밥에 말아서 내놓는 국밥은 장터에서 장사꾼들이 먹은 음식이지 양반들의 음식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지만 양반들도 과거시험 보러 갈 때 주막집에 들러 국밥을 먹는 모습이 사극에 많이 등장한다.

 

▲ 돼지국밥은 투박한 뚝배기에 담아내야 더 맛있다. 음식의 온도가 따뜻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사진은 순대·내장·살코기가 들어간 섞어국밥.     © 함양군민신문

 

돼지국밥은 투박한 뚝배기에 담아내야 더 맛있다. 음식의 온도가 따뜻하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음식에서 느껴지는 맛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것이 바로 온도이다. 온도에 따라 자극의 정도도 달라진다. 짠맛은 음식의 온도가 높을수록 차다는 느낌을 별로 갖지 않는다. 식으면 짠맛을 강하게 느끼게 된다. 돼지국밥은 차게 식으면 기름의 느끼한 맛이 강하게 느껴져 먹을 수 없다.

 

뚝배기의 재질인 진흙은 열을 전달해 주는 정도가 떨어져서 빨리 데워지지도 않지만 빨리 식지도 않는다. 뚝배기의 투박한 그릇만큼이나 구수한 향과 맛이 가격대비 한 끼 식사로나 쓰린 속을 달래주는 해장으로나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는 국민음식임에 틀림없다. 걸쭉한 국물을 쭈욱 들이키면 그 진한 맛에 온몸 구석구석 퍼지면서 따뜻해지면서 든든하다.

 

특히 지용성 비타민이 풍부한 내장육은 몇달동안 몸 속에 저장 할 수 있다. Deep Nutrition의 저자인 미국의 의학박사 캐서린 새너헌은 현대 미국여성의 영양상태가 고르지 못한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는 내장육을 거의 먹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값싼 지방과 정제된 탄수화물이 정상적인 세포 신호를 방해하는 반면, 전통음식이 원래의 기능을 회복시키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     © 함양군민신문



정계임 박사

대한민국식품명인제56호/경상남도최고장인(요리분야1호)
현농업법인일신푸드팜대표/일신외식연구소소장
진주향토음식문화연구원원장
경남과학기술대학교자유전공학부겸임교수
EBS 최고의 요리비결, KBS 밥상의 전설, 6시내고향 외 다수출연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